북카페 세상과 연애하기는 자유로운 생각을 나누는 소통하는 공간으로서 출발하였습니다. 2010년 5월에 오픈하여 많은 분들의 참여와 기증으로 1000여권의 도서를 무료로 대여하는 작은 도서관을 꾸몄으며 독서모임, 스터디, 친목활동 등으로 지역학생들과 주민들로부터 서울대입구역 추천북카페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지역시민과의 소통을 위해 2011년부터는 비영리민간단체를 등록해 청년활동가들과 연계하여 청소년 문화예술프로그램, 독거노인 반찬나눔, 누구나에게 공연의 기회를 주는 오픈마이크 음악공연 등 소통카페의 공간지원과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해왔습니다. 또한 수입의 일부분을 비영리단체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소통하는 북카페, 세상과 연애하기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200미터 가량 걸어 오르면, 이제는 인터넷에서도 쉽게 검색되는 '샤로수길'의 안내 팻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조성(?)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갈수록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는 나름 핫한 곳이죠. 이 핫하고도 젊은거리에 어울리지 않게, 남루한 몰골로 호젓하게 낡아가는 북카페가 하나 있습니다. 네, 바로 여러분의 야심찬 공간, 세상과 연애하기(이하 세연)입니다. 세연은 샤로수길 안에 위치하고 있지만, 샤로수길을 인용한 수없이 많은 기사에 거의 등장한 적이 없는 드문 가게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맛집 골목으로서 샤로수길을 주목하는 시선들 속에서, 특별한 킬링 메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출난 전문성으로 차나 커피를 내리는 것도 아닌 세연이 주목받지 못하는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런 역부족에도 불구하고 샤로수길의 쟁쟁한 가게들 속에서 굳건히 버텨내고 있는, 세연만의 특별한 힘은무엇일까요?
세연이 처음 지금의 자리를 선택했던 이유는,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월세가 싼 골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만 해도 이곳은 인적 드문 모텔가 뒷골목이었거든요. 하지만 골목의 음침한 분위기는 세연에겐 오히려 희망이었습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적자를 거듭하는 운영난 속에서도 노소를 가리지 않는 모임들을 하나씩 기획하고 실행해 나갔죠. 무료 음식 나눔 속에 관계 맺기를 권장하는 [주말소통카페],아마추어 예술가들을 위한 작은 무대 [오픈마이크]등……. 흉하고 소외된 풍경도, 사람들의 환한 발걸음이 이어지면 언젠가는 따스한 온도를 찾게 되리란 믿음이 있었습니다.
관악구의 걷고 싶은 길 조성 사업에 참여한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낙성대동에 밟지 않은 길이 없을 만큼 발품을 팔아가며 골목의 숨은 매력을 발굴하려 노력했죠. 입소문으로만 떠돌던 샤로수길이란 이름을 크게 알리기로 하고 구석구석에 숨은 가게들을 찾아 맛집 지도를 만든 것도 그 일환이었습니다. 마침 당시 세연이 병행하던 [청소년 기자단] 활동의 “프랜차이즈에 맞서는우리 동네 자영업자 소개하기”와도 맥락이 닿는 부분이 있었으니까요.
그 마음을 안고 오늘도 세연은 한결같은 소박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전한 재정난에 투덜대면서도 학생들의 불편을 걱정하며 테이블을 쪼개어 더 많은 손님 받기를 포기하는 매니저의 마음씨. 그 친절을 잊지 않고 찾아와주는 단골 학생들. 손님들이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한 홍보 부탁과 주인의 제안이 오가는,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시간들. 반찬봉사 하는 학생들을 위해 공간과 집기를 내어주는 주말 아침도 여전한 풍경입니다.